-조선시대

이개의 시

김영도 2020. 8. 21. 15:39

이개(李塏, 1417-1456)는 단종 복위를 꾀하다 죽은 사육신의 한 사람이다. <세종 세조실록>과 <추강집>의 ‘육신전’에 의하면, 자는 청보(淸甫) 또는 백고(伯高)이고, 호는 백옥헌(白玉軒)이며, 본관은 한산(韓山)으로 이색(李穡)의 증손이다. 세종 때 문과에 급제하여 저작랑을 지내고, 훈민정음 창제에도 참여했다. 세조 때 직제학에 이르렀으나 병자년에 단종 복위를 꾀하다가 발각되어 모진 고문을 당하고 죽었다. 몸이 약하고 여위었으나 고문에 태연하였으며, 시문에 능하였다. 시조 한 수가 전한다. 

 

 

방안에 혔는 촛불 눌과 이별하였관대

겉으로 눈물지고 속 타는 줄 모르는고.

우리도 저 촛불 같아야 속 타는 줄 모르도다. 

 

이 시 또한 옥중에서 자신의 심중을 밝힌 작품이다. 다른 사물을 읊어서 정서를 일으키는 흥의 수법과 어떤 사물을 다른 사물에 비겨 표현하는 비의 수법을 사용하였다. 초장에는 방안에 켜 있는 촛불을 끌어와서 그것을 님을 이별한 사람으로 의인화하였다. 중장에는 촛불이 타고 있는 모양을 묘사하여, 님과 이별하고 속 태우고 눈물지는 사람의 모습을 떠오르게 하고 있다. 종장에는 자신들의 모습이 바로 울고 있는 저 촛불과 같다고 하였다. 다시 말해 단종을 복위시키려다가 실패하여 고문을 당하고 투옥된 자신들의 모습이 사랑하는 님을 잃고 울면서 속 태우는 사람과 비슷하며 촛불로 상징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촛불을 관찰하여 그것으로 님을 이별한 사람을 환기시켰으며 결국 단종을 다시 세우지 못하고 죽게 된, 슬프고 애타는 자신들의 신세를 비감스럽지만 의연하게 형상화하였다. 비록 잔약한 문사였지만 누구보다 꿋꿋이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저항했던 그의 내면을 잘 드러내었다고 할 것이다.

'-조선시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위지의 시  (0) 2020.08.21
황희의 시  (0) 2020.08.21
박팽년의 시  (0) 2020.08.21
유응부의 시  (0) 2020.08.21
김종서의 시  (0) 2020.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