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왕방연의 시

김영도 2020. 8. 21. 15:35

왕방연(王邦衍)은 세종 세조 때의 사람이나 생몰연대는 자세히 알 수 없다. <청구영언>에 의하면 그는 세종 때 사람이고, 금오랑(金吾郞)으로 노산군(魯山君, 단종)을 영월까지 압송하고 돌아오면서 냇가에서 방황하다가 느낀 바 있어 시조 1수를 지었다. 이 노래에서 그 사람이 임금을 사랑하는 정성을 볼 수 있다고 하였다.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운 님 여의옵고

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저 물도 내 안 같아야 울어 밤길 예놋다.

 

님을 이별한 심정을 울며 흐르는 냇물에 비기어 곡진하게 표현해 내었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사실성(寫實性)이 드러나면서도 누구에게나 공감을 줄 수 있는 보편성을 지니고 있어 그 울림이 큰 작품이라고 하겠다. 초장은 왕방연이 의금부 도사가 되어 노산군으로 강등된 단종을 영월로 압송한 역사적 사실을 서술한 것인데, 말을 미화하여 천만리 먼 길에 님을 여의었다고 하였다. 이는 그가 마음으로 받들던 임금을 차마 함부로 말할 수 없었기에 비록 금부도사로 압송은 했을망정 고운 말로 임금에 대한 정성을 표한 것이다. 중장은 사랑하는 임금을 압송해야 했던 얄궂은 직책, 그리고 임금을 유배지에 홀로 두고 떠나는 마음이 너무 괴로워서 냇가에서 마음을 달래려고 했다는 것이다. 종장에는 자신의 이러한 심정과 소리내며 흐르는 냇물을 일치시켜서 놀라운 비유를 끌어내었다. 임금을 영월의 유배지에 모셔다놓고 떠나는 자신이나 밤새 울면서 흐르는 냇물이나 그 심정이 같을 것이라는 자기감정의 투사가 아주 감동적으로 처리되었다. 왕방연이 어떤 사람인지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이 작품에 나타난 시인의 정서는 매우 다정다감하고도 그 표현이 곡진함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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