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서경덕의 시

김영도 2020. 8. 21. 15:20

서경덕(徐敬德, 1489-1546)은 중종 때의 성리학자다. <중종실록>과 <연려실기술>에 보면, 자는 가구(可久)이고 호는 화담(花潭)이며 본관은 당성(唐城)이다. 집이 가난하여 독학으로 학문을 깨우쳤으며 산림(山林)에서 후진을 가르쳤고 삼남(三南)을 유람했다. 학문은 사색하여 스스로 깨우치는 것을 위주로 삼았다. 조광조가 현량과에 천거했으나 과거보지 않았고, 속리산, 지리산 등 명승지를 둘러보고 시를 남겼다. 43살에 어머니의 요청으로 생원시에 합격했으나 벼슬을 단념하고 개성의 화담에 초막을 짓고 성리학에 전념하여 이기일원론(理氣一元論)을 체계화하고 주기론(主氣論)을 내세웠다. 수학과 역학(易學)에도 정통했다. 박순(朴淳)과 허엽(許曄)이 그의 문인이고, 황진이의 유혹을 물리쳤다는 일화가 전하며, 박연폭포, 황진이와 더불어 송도삼절로 불렸다. 성품이 조용하고 온화하며 효성이 지극하였다.  

 

마음이 어린 후니 하는 일이 다 어리다.

만중운산(萬重雲山)에 어느 님 오리마는

지는 잎 부는 바람에 행여 긘가 하노라. 

 

이 노래는 그에게 글을 배우러 오던 황진이를 생각하여 지은 것이라고 하는데, 사실을 확인하기는 어렵다. 무엇인가를 그리워하며 기다리는 마음을 읊고 있다. 그것이 학문적 진리인지 보고 싶은 사람인지는 여운으로 남을 뿐이다. 초장에는 마음이 어리석으니 하는 일이 모두 어리석다고 하여 뒤에 나올 일들을 통틀어 어리석은 짓이라고 판단했다. 자신을 낮추어 겸양하는 표현이다. 중장에는 만 겹의 구름이 싸인 깊은 산골에 어느 님이 오겠느냐고 하여 님이 오기 힘든 환경이지만 님이 오기를 은근히 기다리는 심정을 깔고 있다. 종장에서 기다리는 마음을 노출하여 잎 지는 소리와 바람 부는 소리에도 님이 오는가 귀를 기울인다고 하였다. 그는 글을 배우겠다고 찾아온 황진이를 담담히 맞아 글을 가르쳤을 뿐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다고 하였는데, 그녀가 오지 않을 때는 이렇게 기다리기도 한 모양이다. 그의 성품으로 보아 근엄한 도학자의 태도를 취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온화하게 대했지마는 절제했을 것이고 마음속으로는 기다리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시의 님을 여인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도를 깨우치지 못한 어리석은 상태에서 애타게 진리를 깨우치는 순간이 오기를 바라는 구도자의 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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