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이언적의 시

김영도 2020. 8. 21. 15:15

이언적(李彦迪, 1491-1553)은 중종․명종 때의 문신․학자다. <중종․명종실록>과 <연려실기술>에 의하면, 자는 복고(復古)이고 호는 회재(晦齋)이며 본관은 경주다. 23살에 생원이 되고 이듬해 별시문과에 급제했다. 이조정랑, 장령, 밀양부사 등을 거쳐 40살에 사간이 되어 김안로(金安老)의 등용을 반대하다가 그 일당에 의해 파직되었다. 경주 북쪽 자옥산(紫玉山)에 우거하며 성리학에 전심하였다. 7년 뒤 김안로가 숙청되자 다시 벼슬에 나와 교리, 응교를 거쳐 전주부윤으로 선정을 펴고 병조참판에 올랐다. 여러 판서를 거쳐 55살에 좌찬성이 되었고 명종이 즉위하자 공신이 되었다. 모친이 위독하여 사직했으나 윤임(尹任) 일파를 미온적으로 처벌했다는 탄핵을 받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2년 뒤 윤원형(尹元衡)일당이 조작한 양재역 벽서(壁書) 사건에 연루되어 강계에 유배되었고 거기서 죽었다. 자질이 영특하고 과묵하며 효성이 지극하였다. 성리학을 연구하여 후배인 이황에게 영향을 미쳤다.

 

 천복지재(天覆地載)하니 만물(萬物)의 부모로다.

 부생모육(父生母育)하니 이 나의 천지(天地)로다.

 이 천지(天地) 저 천지(天地) 즈음에 늙을 뉘를 모르리라.

 

천지와 부모가 낳아 길러준 은혜로 인간이 그 품안에서 자락(自樂)함을 노래한 것이다. 성리학자인 시인이 보기에는 인간이란 하늘이 덮어주고 땅이 실어주는 혜택과 아버지가 낳고 어머니가 길러 준 은혜에 힘입어서 삶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효성에 대한 생각을 담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초장에서 하늘과 땅이 만물을 자라나게 하는 부모라고 하고, 중장에서 부모는 나를 낳아서 길러준 천지라고 하였다. 초장에서 천지는 부모라는 말을 중장에서 부모는 천지라고 위치를 바꾸어 환치(換置)하는 수법을 사용하였다. 또 초장의 만물을 중장에서 나로, 범위를 축소하는 점층의 기교를 보여준다. 종장에서 이 천지 저 천지는 앞에서 말한 천지와 부모를 말하는 것이고, 이는 이 부모 저 부모라고 바꾸어 말해도 되는 것이다. 이 두 천지, 또는 이 두 부모의 사랑 사이에서 우리 만물과 인간은 늙을 때를 모르고 즐겁게 생을 누리며 살아간다고 하였다. 만물에 존재의의를 부여하는 천지와, 인간에게 생명을 주고 길러준 부모는 은혜를 베푸는 점에서 같은 것이어서 ‘어버이의 은혜는 하늘과 땅과 같다’는 효도의 근거를 밝혀준다고 할 것이다. 도학자의 시조답게 뜻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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