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주세붕의 시

김영도 2020. 8. 21. 15:13

주세붕(周世鵬, 1495-1554)은 중종,명종 때의 문신이고 학자이다. <중종,명종실록>과 <국조인물고>에 따르면, 자는 경유(景游)이고 호는 신재(愼齋)이며 본관은 상주로 경상도 칠원(漆原) 사람이다. 어려서부터 효성과 우애가 있었고, 28살에 생원이 되어 그해 별시문과에 급제했다. 예문관 검열 겸 춘추관 기사관을 거쳐 병조좌랑이 되었으나, 김안로에게 배척되어 강원도 도사로 좌천되었다가 파면되었다. 이언적에게 심경(心經)의 의심나는 곳을 물었다. 38살에 성균관 전적이 되고 노모의 봉양으로 외직을 구해 곤양군수가 되었다. 47살에 승문원 교리가 되었다가 풍기군수로 나갔다. 백운동 서원을 세워 안향(安珦)을 제향하고 죽계사(竹溪辭)와 도동곡(道東曲)을 지어 사람들에게 부르게 하였다. 명종 즉위 후에 홍문관 직제학, 도승지, 호조참판 등을 거쳐 황해도 관찰사가 되었고, 해주에 수양서원(首陽書院)을 세워 최충(崔冲)을 제향했다. 오륜가를 지어 도내에 폈다. 56살에 대사성, 동지성균관사를 거쳐 동지중추부사가 되었다. 마음가짐이 너그럽고 온화하며 학문을 닦아 백성을 선한 일로 교화했다. 시조 15수를 남겼는데, 대개 유교경전의 내용과 유학자의 이상을 노래한 것으로 교훈적인 내용이다. 여기서는 오륜가 6수만 살펴보자.

 

 사람 사람마다 이 말씀 들어스라.

 이 말씀 아니면 사람이요 사람 아니니

 이 말씀 잊지 말고 배우고야 말으리이다.

 

 아버님 날 낳으시고 어머님 날 기르시니

 부모곳 아니시면 내 몸이 없을랏다.

 이 덕을 갚으려 하니 하늘 가이 없으셨다.

 

 종과 항것과를 뉘라서 삼기신고

 벌과 개아미아 이 뜻을 먼저 아니

 한 마음에 두 뜻 없이 속이지나 마옵사이다.

 

 

 지아비 밭 갈러 간 데 밥고리 이고 가

 반상(飯床)을 들오되 눈썹에 맞추이다.

 친(親)코도 고마우시니 손이시나 다르실까.

 

 형님 자신 젖을 내조차 먹우이다.

 어와 저 아우야 어머님 너 사랑이야.

 형제곳 불화하면 개 돝이라 하리라.

 

 늙은이는 부모 같고 어른은 형 같으니

 같은 데 불공(不恭)하면 어디가 다를꼬.

 날로서 맞이어시든 절하고야 말으리이다.

 

첫 수는 서사(序詞)이고 그 다음은 차례대로 부자유친(父子有親), 군신유의(君臣有義), 부부유별(夫婦有別), 형제우애(兄弟友愛), 장유유서(長幼有序)를 내용으로 하였다. 오륜에는 붕우유신(朋友有信)이 들었는데 여기에는 형제우애로 바꾸었다. 이 시조는 그가 55살(1549)에 황해도 관찰사로 있을 때 백성 교화를 위해 지은 것이다.

첫 수에는 사람이 되느냐 마느냐 하는 중요한 말씀인 오륜(五倫)을 배워야 함을 강조하여 6수의 첫머리로 내세웠다. 둘째 수는 부모의 은혜를 읊었는데, 송순(宋純)이 지었다는 한역가(漢譯歌)와 거의 같고, 정철(鄭澈)의 훈민가(訓民歌)에도 유사한 것이 있다. 아마 송순이 맨처음 지은 것을 주세붕과 정철이 백성 교화를 위해 조금씩 바꾸어서 자신의 작품 속에 넣은 듯하다. 셋째 수는 종과 주인과의 관계를 벌과 개미의 곤충사회에 비겨서 임금에 대한 충성을 권장하고 있다. 넷째 수에는 후한(後漢) 양홍(梁鴻)의 처 맹광(孟光)의 고사를 인용하여 부부간의 공경을 강조하였다. 다섯째 수는 오륜에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형우제공(兄友弟恭)하여 화목할 것을 권하여 여기에 포함시켰다. 친구 사이의 신의보다 형제간의 우애를 더 강조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마지막 수에는 늙은이는 내 부모와 같고, 어른은 내 형과 같은데, 남이라고 공손치 못하면 내 부모 형제에게 불공한 것과 같으므로 자신은 절하고 맞겠다고 하였다. 한결같이 교훈적인 내용으로 시적인 감흥이나 함축된 여운은 별로 없지만, 백성을 교화시키기 위하여 시조에다 이런 내용을 담은 정성과, 유교사상을 여러 편의 시조와 연시조로 엮어내어서 이러한 유(類)의 시조를 이끌었다는 점은 평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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