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이옥봉(李玉峰) 시

김영도 2018. 3. 26. 22:41

<꿈속의 넋>

(근래안부문여하)
(월도사창첩한다)
使(약사몽혼행유적)
(문전석로반성사)

요즈음 어떻게 지내시는지
달 드는 사창에 한이 더욱 서리네요
꿈속에 넋이 오간 흔적 남는다면
문앞 돌길이 반은 모래가 되었을 거예요.

칠언절구()이며, 제목은 '꿈속의 넋'이라는 뜻이다. 이옥봉은 조선 선조 때 충청도 옥천()군수를 지낸 이봉()의 얼녀(;천민 출신의 첩에게서 난 딸)로 태어나, 승지()를 지낸 조원()의 소실이 된 여인이다. 이옥봉은 조원을 사모하여 소실을 자청하였는데, 조원은 이옥봉을 받아들이며 당시 시명()을 날리던 이옥봉에게 다시는 시를 짓지 말라는 조건을 달았다. 얼마 후 조원 집안의 산지기가 억울하게 파주()의 옥에 갇히게 되자 이옥봉이 그 억울함을 밝히는 시를 지어 파주목사에게 보내 산지기가 풀려나도록 하였다. 이 일로 조원은 약속을 어긴 이옥봉을 쫓아냈다.

조원에게서 버림받은 뒤 지어진 이 시에는 조원에 대한 한()과 그리움이 절절하다. 달빛이 창을 비추는 밤, 버림받은 여인의 한이 서린 그리움은 더욱 깊어진다. 잠 들어도 그리운 사람 생각뿐, 꿈속에서 얼마나 자주 찾아갔으면 발에 밟힌 돌길이 모래가 되었으리라고 하소연하겠는가. 과장되지만 애절한 그리움이 처연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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