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최영의 시

김영도 2020. 8. 25. 10:50

최영(崔瑩, 1316-1388)은 고려말의 명장이요 충신이다. <고려사> 열전에 보면, 그는 몸집이 크고 힘이 세었는데 공민왕 때 여러 차례 왜구를 토벌하였고, 압록강에 이르는 서북 지역의 영토를 수복하였으며, 홍건적을 물리치고 개경을 탈환한 공으로 벽상공신이 되었다. 나라 안의 반란을 여러 번 진압하였으나, 신돈의 모함으로 공훈이 삭탈당하기도 하였다. 신돈이 처형된 후 문하찬성사(門下贊成事)를 거쳐 판삼사사(判三司事)가 되었다. 우왕 때 삼남의 왜구를 무찔러 철원부원군에 봉해지고 안사공신(安社功臣)의 호를 받았다. 수문하시중(守門下侍中)이 되자 권력을 전단하고 사욕을 채웠던 이인임 일파를 몰아내고 능력과 기강으로 정방(政房)을 바로잡았다. 명나라가 철령위를 설치하여 요동을 귀속시키려 하자 요동 정벌을 계획하여 군사를 일으켰으나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으로 실각하여 참형되었다. 그는 강직하고 충직 청렴하였으며 전쟁터에서나 죽음에 임해서도 태연자약하였고, 도망하는 병졸에게는 준엄하였다. 어려서 아버지의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라(見金如石)’는 가르침을 받들어 재물에 담백하였다. 오래 병권을 쥐었으나 대체만을 잡고 세세한 것에 관여하지 않았다. 말을 타고 시 짓기를 즐겼다. 불의를 몹시 미워하고 고집이 세었으며 학술이 없었다. 일을 자기의 뜻으로 결정하였고 사람을 죽여 위엄을 세웠다. 이러한 기록으로 보아 그는 고려 왕조를 부지하였던 마지막 기둥으로서 이성계의 신진 세력과 대립하여 고려를 지키려 한 강용(剛勇) 청렴한 장군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의 시조를 보자.

       

녹이상제(綠駬霜蹄) 살지게 먹여 시냇물에 씻겨 타고

용천설악(龍泉雪鍔) 들게 갈아 다시 빼어 둘러메고

장부(丈夫)의 위국충절(爲國忠節)을 세워 볼까 하노라. 

 

무인다운 기상이 넘쳐나는 작품이다. 초장은 주(周)나라 목왕(穆王)이 탔던 준마인 녹이(綠駬)와 상제(霜蹄) 같은 좋은 말을 잘 먹여서 시냇물에 씻겨 탄다는 말이고, 중장은 아주 좋은 보검인 용천검(龍泉劍)의 날카로운 칼날[雪鍔]을 세워서 둘러메고 무장(武將)의 위의(威儀)를 갖춘다는 말이다. 즉 좋은 말과 날카로운 칼을 갖춘 다음에 무장은 비로소 싸움터에 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준비를 갖춘 후 종장에서 대장부가 나라를 위한 충절을 세우겠다고 하여 자신의 행동 방향을 밝혔다. 그의 씩씩한 기상이 그대로 배어나오는 듯하다. 굳세고 용감한 자세로 고려에 충절을 바쳤던 그의 일생과 너무도 잘 어울린다. 이렇게 시는 시인의 삶과 의식이 표현된 것이다. 이 시에는 지은이의 삶을 관류하는 정신자세와 심리상태가 남성적이고 적극적이며 간단한 어법으로 드러나 있다고 하겠다. 말과 칼을 뜻하는 대유가 쓰였을 뿐 ‘말을 타고 칼을 둘러메고 나라 위해 충절을 세우겠다.’고 단호하게 선언하여 고려를 위해 싸우다가 장렬하게 죽은 자신의 삶을 한마디로 압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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