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조식의 행녀애사

김영도 2018. 12. 11. 21:36

伊上帝之降命, 何修短之難裁?
이것이 하늘(上帝)의 뜻일진데,
수명의 길고 짧음(修短)을 짐작이나 했겠는가?

感前哀之未闋, 復新殃之重來!
슬픔은 미처 깨닫기도 전에 
또다른 재앙으로 닥쳐오기도 하지.

方朝華而晩敷, 比晨露而先晞.
무궁화는 이른 아침에 피어 저녁이면 시들고,
새벽이슬은 볕이 나면 순식간에 말라버리네.

天蓋高而無階, 懷此恨其誰訴?
하늘은 높고 오를 길조차 없으니
이 가슴에 품은 한을 누구에게 호소하랴.


건안(建安) 시대의 ‘애사’는 오직 서간(徐幹)의 작품이 매우 뛰어났다. 조식(曹植)이 어린 둘째 딸의 죽음에 즈음해 쓴 <행녀애사(行女哀辭)>를 살펴보면, 문장 속에서 비통하고 슬픈 마음을 볼 수 있다. 반악(潘岳)이 뒤를 이어 창작한 데 이르러서는, 실로 ‘애사’의 아름다움을 한곳에 그러모았다고 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을 살펴보면, 생각이 주밀하면서도 표현에는 변화가 많으며, 감정은 비통함과 고통스러움을 꿰뚫고 있다. 일에 대한 서술 방법은 ‘사전(史傳)’의 체제이며, 표현 구성은 ≪시경≫ 시인의 표현 방법을 모방했다. 사언구로 이루어진 리듬의 진행은 비교적 빠르며, 리듬이 완만하고 느슨한 구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까닭에 뜻은 솔직하게 나타내었으면서도 표현은 곡진하며, 형식은 옛날을 따랐으면서도 정취는 새로운 느낌이 있다. 자신의 딸 금록(金鹿)의 죽음에 즈음해 쓴 <금록애사(金鹿哀辭)>와 임자함(任子咸)의 딸의 죽음에 즈음해 쓴 <택란애사(澤蘭哀辭)>를 살펴보면, 심장과 간장을 도려내는 것과 같은 그러한 표현이어서 혹여 누가 계승할 수 있겠는가?

'-중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식의 칠보시  (0) 2018.04.02
이태백의 시  (0) 2018.03.25
윤상(尹祥) 칠언절구 시  (0) 2018.03.25
당시대 이하의 시  (0) 2018.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