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시대 이하의 시

김영도 2018. 3. 25. 20:19

李賀   이하 790~816


Li He, 791~817 창곡(昌谷). 중국 당대(唐代)의 시인.


26세의 나이로 요절했다. 이하는 말을 타고 가면서 시구를 1줄씩 종이에 끄적거려 수놓은 자루에 넣었다가, 밤에 이것들을 모아 불멸의 명시를 지은 귀재로 전해지고 있다.

7세의 어린 나이에 시를 짓기 시작했던 그는 과거시험에 쉽게 합격할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사소한 문제 때문에 응시자격을 박탈당했다.

이로 인해 실의에 빠져 병을 얻게 되었으며, 몇 년 뒤에 죽었다.

이하의 시는 생생한 표현, 이상한 어투, 두드러진 병렬, 짙은 염세주의 등이 특징이다.

 


          美人梳頭歌  미인소두가 / 아름다운 여인이 머리를 빗으며  
                           
西施曉夢綃帳寒   서시효몽초장한   / 西施의 새벽 꿈은 얇은 사 안에 싸늘한데
香鬟墮髻半沈檀   향환타계반침단   / 머리카락은 흩뜨러져 향기롭고, 반쯤 지워진 입술 연지

    髻 상투계,상투귀신, 조왕신
轆轤蛜啞轉鳴玉   록로이아전명옥  /  우물 가 옥 구르는듯 맑은 도르래 소리에
驚起芙蓉腄新足   경기부용수신족  /  놀라 깬 연꽃같은 미녀 기지개 켠다
雙鸞開鏡秋水光   쌍난개경추수광   한 쌍 난새를 조각한 거울은 맑기 가을 물 같은데
解鬟臨鏡立象牀   해환임경입상상   상아 침상 위 거울 마주해 머리를 푼다
一編香絲雲撒地   일편향사운살지   향기로운 머리카락 구름같이 바닥에 흘러 내려
玉鎞落處無聲니   옥비락처무성니   옥비녀 떨어져도 소리 없이 매끄럽네

    鎞비녀비
繊手却盤老鴉色   섬수각반노아색    섬섬옥수로 새카만 머리 다시 틀어 올리고
繊가늘섬

翠滑寶釵簪不得   취골보차잠불득   비녀 꽂으려 해도 검은 머리 매끄러워 꽂지 못하네
春風爛慢惱嬌慵   춘풍난만뇌교용   봄 기운 무르녹아 미녀는 수심에 잠겨
十八鬟多無氣力   십팔환다무기력   열여덟 머리숱 까만 아가씨 기운 없구나

 鬟 쪽진머리환
粧成鬈鬌欹不斜   장성권추의불사   화장 마치고 머리 가지런히 빗고
雲裾數步踏雁沙   운거수보답안사   구름 옷소매 하늘하늘 얌전히도 걷는구나
背人不語向何處   배인불어향하처   말 없이 돌아서서 어디로 향하는가
下階自折櫻桃花   하계자절앵도화   섬돌 내려서 앵도꽃 꺽어드네

 

      관가고    官街의 북소리


曉聲隆隆催轉日   효성륭륭최전일   새벽녘 둥둥둥 해 뜨는 것 재촉하고
暮聲隆隆呼月出   모성륭륭호월출   저물녘 둥둥둥 달을 불러오네
漢城黃柳映新簾   한성황류영신렴   長安의 새봄 버드나무 가지 주렴발에 비추이는데
柏陵飛燕埋香骨   백릉비연매향골   지난날 황제나 妃嬪들 지금은 모두 무덤 속
추碎千年日長白   추쇄천년일장백   북소리에 천년 세월 부서져 내리고 하루 해가 지루한데
孝武秦皇聽不得   효무진황청부득   漢武帝,秦始皇은 그 소리를 듣지 못하네
從君翠髮蘆花色   종군취발노화색   검은 머리 갈대꽃처럼 희어지도록 산다지만
獨共南山守中國   독공남산수중국   저홀로 남산처럼 오래오래 중원 땅에 함께할 수 있으랴
幾回天上葬神仙   기회천상장신선   신선 된다는 사람들 수없이 하늘 위에 장사 지내고
漏聲相將無斷絶   루성상장무단절   시계소리, 북소리 속에 시간은 그저 흘러만 간다네

 

             南園  남원   남쪽 텃밭 
小樹開朝徑   소수개조경   키작은 나무 사이로 새벽 길이 보이고
長茸濕夜煙   장용습야연   길가의 풀섶 이슬에 젖어있네

柳花驚雪浦   유화경설포   날리는 버들솜 포구에 덮인 눈인가 놀라고
麥雨漲溪田   맥우창계전   때마침 내린 비에 개울 논 밭고랑에 물이 불었네
古刹疏鐘度   고찰소종도   고찰의 종소리 아련히 들려오고
遙嵐破月懸   요람파월현   산마루엔 달이 이지러져 걸렸네
沙頭敲石火   사도고석화   물가에서 부싯돌로 불을 부치니
燒竹照漁船   소죽조어선   대나무 타는 불에 고기배 비치네

 

                  將進酒   장진주  


琉璃鐘             유리종             유리잔에
琥珀濃             호박농             호박 빛 짙은 술
小槽酒滴眞珠紅     소조주적진주홍     조그마한 술통에 남술은 술 진주같이 붉어라
烹龍포鳳玉脂泣     팽룡포봉옥지읍     용을 삶고 봉을 지지니 옥 같은 기름 눈물 흘린다
羅屛繡幕圍香風     라병수막위향풍     羅屛 치고 繡幕 두르니 향기로운 바람 감싸고,
吹龍笛             취룡적             용의 피리를 불고
擊타鼓             격타고             악어가죽 북을 두드린다
皓齒歌             호치가             미인은 노래하고
細腰舞             세요무             미인은 춤을 춘다
況是靑春日將暮     황시청춘일장모     하물며 이 푸르른 봄도 저무는데
桃花亂落如紅雨     도화란락여홍우     복사꽃 어지러이 붉은 비 오듯 떨어진다
勸君終日酩酊醉     권군종일명정취     그대에게 권하노니, 종일토록 취해보세
酒不到劉伶墳上土   주불도류령분상토   유령의 무덤에는 아무도 술 권하지 않으리

 


         秋來  추래     가을이 오니

 
桐風驚心壯士苦   동풍경심장사고 
오동에 부는 바람 사람을 놀라게 하여 장사도 괴로운데
衰燈絡緯啼寒素   쇠등락위제한소 
꺼져가는 등잔 불빛휘장을 두르고 귀뚜라미 차가운 베를짜듯 울어댄다
誰看靑簡一編書   수간청간일편서 
그 누가 죽간으로 엮은 나의 책을 보아주어
不遣花蟲粉空     불견화충분공두 
책벌레가 가루내어 헛되이 좀먹지 않게 할까
思牽今夜腸應直   사견금야장응직 
온갖 생각에 오늘밤 창자가 곧추서고
雨冷香魂吊書客   우랭향혼적서객 
비 내려 차가운 이 곳, 어여쁜 여자 귀신 책 지은 나를 조상한다
秋墳鬼唱鮑家詩   추분귀창포가시 
가을 내 무덤 속에서, 내 넋은 포조의 시를 읊으며
恨血千年土中碧   한혈천년토중벽 
한스러운 내 피는 흙무덤 속에서 천년을 푸르리라

 

         題歸夢   제귀몽    돌아가는 꿈

 
長安風雨夜   장안풍우야   장안의 비바람 몰아치는 밤에
書客夢昌谷   서객몽창곡   객지 서생은 창곡을 꿈꿨네

怡怡中堂笑   이이중당소   어머니는 기뻐 즐거운 웃음소리 내고
小弟裁澗菉   소제재간록   동생은 산골 개울에서 푸른 미나리를 꺾는구나
家門厚重意   가문후중의   집안의 두터운 사랑과 기대는
望我飢充腹   망아기충복   나에게 주린 배 채워주길 바라지만
勞勞一寸心   노노일촌심   피곤에 지친 마음
燈花照魚目   등화조어목   등불만 잠못 이룬 눈 비춰주네

 

        崇義裡滯雨    숭의리체우   崇義裡 비 오는데

 
落莫誰家子   락막수가자   뉘 집의 자식이 이리도 낙망한가
來感長安秋   래감장안추   돌아와 장안의 가을에 젖어본다
壯年抱羈恨   장년포기한   젊은 나이로 떠도는 한을 품고
夢泣生白頭   몽읍생백두   백발이 된 것을 꿈에서 보고, 눈물 흘리며 울었다
瘦馬말敗草   수마말패초   여윈 말에 마른 풀을 먹이는데
雨沫飄寒溝   우말표한구   빗방울은 차가운 도랑에 날려 떨어진다
南宮古簾暗   남궁고렴암   흐름한 발 저쪽 남궁은 어둑하고
濕景傳籤籌   습경전첨주   칙칙한 풍경 속으로 시간 종소리 들려온다
家山遠千里   가산원천리   고향은 천리 아득한 곳
雲각天東頭   운각천동두   구름은 하늘 동쪽 머리에 걸려 있다
憂眠枕劍匣   우면침검갑   시름에 칼 상자 베고 잠이 들어
客帳夢封侯   객장몽봉후   나그네 장막 안에서 제후 되는 꿈을 꾼다

 ☞  말?= 말먹이 말.


 
              長平箭頭歌     장평전두가


漆灰骨末丹水沙   칠회골말단수사 
 옻칠 한 검은 점, 뼛가루, 붉은 물가 모래
凄凄古血生銅花   처처고혈생동화  
흥건히 굳은 옛 피 흔적 쇠에 꽃처럼 돋아 있다
白翎金竿雨中盡   백령금간우중진  
흰 깃 쇠 화살 대 빗속에 남아
直余三脊殘狼牙   직여삼척잔랑아  
다만 엷어진 잔혹한 늑대 이빨 같은 세 개의 화살촉
我尋平原乘兩馬   아심평원승량마  
나는 평원을 찾아 두 마리 말에 타니
驛東石田蒿塢下   역동석전호오하  
역 동쪽 돌밭에 쑥 흐트러진 언덕 아래
風長日短星蕭蕭   풍장일단성소소  
바람은 길고 낮은 짧아 별빛 쓸쓸하다
黑旗雲濕懸空夜   흑기운습현공야  
검은 깃발 구름에 젖어 공중에 드리운 밤
左魂右魄啼肌瘦   좌혼우백제기수  
좌우에 혼백은 말라빠진 살에서 통곡한다
酪병倒盡將羊炙   락병도진장양자  
굴러 흩어진 병에 양 잡아 구워나 볼까
蟲棲雁病蘆筍紅   충서안병로순홍  
벌레 깃들고 기러기도 병들고 갈대 잎 붉게 물들이고
回風送客吹陰火   회풍송객취음화  
회오리바람 나를 몰아치고 도깨비불 불어온다
訪古환瀾收斷鏃   방고환란수단족  
옛 곳을 찾아 눈물 흘리며 부서진 화살촉 주워
折鋒赤문曾귀肉   절봉적문증귀육  
부러진 화살촉 붉은 끝으로 누구의 살을 찔렀나
南陌東城馬上兒   남맥동성마상아  
동쪽 성 남쪽 길 말 위의 젊은이
勸我將金換료竹   권아장금환료죽  
광주리와 쇠 화살촉 바꾸자고 조른다.

 

               感諷 3   감풍     풍자함

 
南山何其悲   남산하기비  
남산은 어찌 그렇게 서글픈지
鬼雨灑空草   귀우쇄공초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은 비가 아무도 없는 풀빛에 뿌린다 
長安夜半秋   장안야반추  
장안의 이 깊은 가을밤
風前幾人老   풍전기인로  
불어오는 바람에 몇 사람이나 늙어가나
低迷黃昏徑   저미황혼경  
황혼에 길은 어둑하고
요뇨靑력道   요뇨청력도  
푸른 굴참나무 흔들린다
月午樹無影   월오수무영  
낮에 뜬 달인가, 나무에는 그림자 하나 없고
一山唯白曉   일산유백효  
온 산은 오직 하얀 새벽
漆炬迎新人   칠거영신인  
옻빛 횃불은 새로이 죽은 사람 맞아들이고
幽壙螢擾擾   유광형요요  
어둑한 무덤에는 반딧불이 어지럽다 

 

           神弦     신현
 
女巫酌酒雲滿空   여무요주운만공  
무녀가 술을 부으면 하늘에 구름 가득 해지고
玉爐炭火香동동   옥로탄화향동동  
향로에 숯불은 향불처럼 몽실몽실 피어오른다
海神山鬼來座中   해신산귀래좌중  
바다귀신 산귀신 모두 몰려와 앉고
紙錢何處鳴旋風   지전실솔명선풍  
지전을 느릿느릿 타오르니 어디선가 회오리바람 소리울려온다
相思木貼金舞鸞   상사목첩금무란  
상사나무에 금빛 춤 방울 달고
찬蛾一잡重一彈   찬아일잡중일탄  
눈썹 한번 찡그리며 다시 또 연주한다
呼星召鬼歆杯盤   호성소귀흠배반  
별을 부르고 귀신도 불러 술과 음식 흠향하니
山魅食時人森寒   산매식시인삼한  
산도깨비 흠향할 때 사람들 숲들에 놀란다
終南日色低平灣   종남일색저평만  
종남산 지는 햇빛 산등성에 깔리고
神兮長在有無間   신혜장재유무간  
귀신은 이승과 저승사이에 영원히 있다 
神嗔神喜師更顔   신진신희사경안  
귀신 노하고 기뻐함에 무당은 얼굴빛 바꾸며
送神萬騎還靑山   송신만기환청산  
신을 보내고 온갖 것 타고서 청산으로 돌아온다


 

             神弦曲    신현곡 


西山日沒東山昏   서산일몰동산혼  
서산에 해지고 東山이 어두워지면
旋風吹馬馬踏雲   선풍취마마답운  
회오리바람 馬에 불고, 馬은 구름 밝고 날아온다
화弦素管聲淺繁   화현소관성천번  
비파소리, 퉁소소리 얕은 듯 깊은 듯 어지럽고
花裙萃봉步秋塵   화군췌봉보추진  
꽃 치마 끌면서 가을 티끌 밝으며 온다
桂葉刷風桂墜子   계엽쇄풍계추자  
계수나무 잎들 바람에 쓸리고 열매는 떨어지는데
청狸哭血寒狐死   청리곡혈한호사  
삵은 피 토하며 울고, 여우는 추위에 죽는다
古壁彩규金貼尾   고벽채규금첩미  
오래된 벽에 그려진 용은 황금에 꼬리를 담그고
雨工騎入秋潭水   우공기입추담수  
비의 神은 용을 타고, 가을 못 속으로 들어간다
百年老효成木魅   백년로효성목매  
백년 묵은 올빼미는 나무귀신이 되고
笑聲碧火巢中起   소성벽화소중기  
웃음소리 지르는 푸른 도깨비불은 새둥지 안에서 나오네


             馬        말


臘月草根甛   납월초근첨   섣달에도 풀 뿌리는 달착지건 하건만
天街雪似鹽   천가설이염   장안 거리엔 소금같은 눈발만
未知口硬軟   미지구경연   내 입에 닿을 것이 무엇일지는 몰라도
先擬칠藜衝   선의질려함   가시 덩굴 한입에 힘껏 뜯어 보련다


 
            嘲少年  조소년    소년을 조롱하며

 
청총馬肥金鞍光   청총마비금안광  
청백색 총이 말은 살찌고 금 안장은 번쩍번쩍
龍腦如縷羅衫香   룡뇌여루라삼향  
용뇌향을 실로 삼아 비단옷을 짜니 향기로워라
美人狹坐飛瓊觴   미인협좌비경상  
미인들이 끼고 앉아 옥 술잔을 돌리니
貧人喚雲天上랑   빈인환운천상랑  
가난한 사람들은 그들을 구름 위의 도련님이라 부른다
別起高樓臨碧소   별기고루림벽소  
또 다른 곳엔 높은 누각이 우뚝한데 푸른 대숲에 있다
絲曳紅鱗出深沼   사예홍린출심소  
낚싯줄에 싱싱한 고기를 낚아 깊은 못에서 건져낸다

有時半醉百花前   유시반취백화전  
때로는 온갖 꽃 앞에서 취하고
背把金丸落飛鳥   배파금환락비조  
등 뒤로는 총을 잡고 날아가는 새를 쏘아 떨어뜨리네
自說生來未위客   자설생래미위객  
스스로 말하기를 한번도 나그네가 되어보지 못했고
一身美妾過三百   일신미첩과삼백  
한 몸에 첩이 삼백 명이 넘는다고
豈知촉地種田家   기지촉지종전가  
땅을 파서 농사짓는 집의 사정을 어찌 알랴
官稅頻催沒人織   관세빈최몰인직  
관가에서는 세금 재촉 잦고, 남이 짠 천을 빼앗아간다
長金積玉과豪毅   장금적옥과호의  
금 늘이고 옥을 쌓아 부호임을 자랑하고
每揖閒人多意氣   매읍한인다의기  
매일 한가한 자들과 인사 나누며 의기를 자랑한다
生來不讀半行書   생래불독반행서  
평생 동안 반줄의 글도 읽지 않고
只把黃金買身貴   지파황금매신귀  
다만 황금으로 몸의 귀함을 산다
少年安得長少年   소년안득장소년  
젊음을 어찌 능히 연장할 수 있으리
海波상變위桑田   해파상변위상전  
바다 물결도 오히려 뽕나무 밭으로 변하고 마는 것을
榮枯遞轉急如箭   영고체전급여전  
영고성쇠의 변함이 화살과 같이 빠른 것을
天公豈肯於公偏   천공기긍어공편  
조물주가 어찌 그대들만 생각해주랴
莫道韶華진長在   막도소화진장재  
아름다운 꽃들이 그렇게 오랫동안 간다고 말하지 마라
發白面皺專相待   발백면추전상대  
흰 머리와 얼굴의 주름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옻빛 처럼 검은 점과
하얗게 부서진 백골가루

 붉은 모래 같은 피빛

 

말을 몰아 가보니
싸움터에 비만 내려

 

마을 지나 역을 지나
동쪽으로 가 보면

무성한 잡초와 돌밭뿐

 

바람일고 해는 져 어두운데


검은 깃발 나부끼고
먹구름 하늘을 뒤덮어오네


여기 백골들 울음소리

바람처럼
그림자처럼 날아와


회오리 바람 도깨비불
나그네를 휘감네 ....'

 

 

      神絃曲 (신현곡) 李賀


신현곡은 중국육조시대에 제사 때 쓰는 음악이라고 나와있네요

해가지고 어둠이 깔리면

귀신들이 온다
바람에 불려
말을타고 구름을 차면서

땅에서는 풍악이 일고
우는듯 흐느끼는듯
비파소리 닐리리 피리소리

무당은 사르르 치마를 땅에 끌어
춤을춘다 가을을 밟고

계수나무 잎사귀 바람에 떨며
계수나무 열매는 떨어지고

삵괭이는 피를 토하며 울고
여우는 겁에 질려 죽는다

벽에 그린 용을 타고
금빛꼬리를 뒤트는 규룡 휘몰고

비의신은 못속으로 들어가고

백살먹은 올빼미는 도깨비가 된다
고목에 살기 고목 도깨비

웃음소리 푸른달빛
둥우리에 사위롭다.

이하는 스물일곱에 요절한 당나라 시인입니다
이사람 시의 거의 대부분이 귀신이야기 입니다

 


소소소의 무덤에서


무덤가 난에 맺힌 이슬
눈물어린 그대의 눈

한결같은 사랑의 마음 맺어줄 정표도 없는데
무덤가의 꽃들 안개처럼 엷어 꺾을 수조차 없네

풀밭은 부드러운 그대의 요
솔숲은 그대 수레의 포장
바람은 그대 옷자락의 나부낌
찰랑거리는 물소리는 그대의 패옥 소리

기름 먹인 포장 마차 석양에 그대를 기다린다

차가운 비취빛 도깨비불 광채를 더하고
서릉의 무덤가엔 비바람만 불어온다.

(소소소 : 중국 위진 남북조 시기에 유명했던 기생의 이름)


그윽한 난초에 맺힌 이슬
눈물어린 눈동자인 듯
사랑하는 두 마음 묶어줄 물건도 없어라.

안개 머금은 꽃은 차마 베어 버릴 수 없어
요처럼 펼쳐진 풀
덮개처럼 늘어진 소나무

바람은 치마가 되고
 뉴 벽 거 타고 가서
 기다리는 저녁
싸늘하고 파리한 촛불

힘겹게 빛을 뿌리네.
서용 아래엔 바람이 비를 몰아치네. 〔 蘇小小의 墓(소소소의 묘) 〕

 

 

 

'하남부시십이월악사:구월(河南府試十二月樂詞:九月)'

 '이궁(離宮:임금의 별궁)에 반디가 흩어져 날고,
하늘은 물처럼 맑은데
대나무 누렇고 연못은 차가우며 연꽃은 시들었구나
문고리 달무늬 장식은 하염없이 빛나는데
동산은 싸늘하고 정원은 황량하며 하늘은 적막하네
날리는 이슬, 정처 없는 바람
비취색 비단처럼 빛나는 단풍은 계단마다 가득하네
새벽녘에 계인(鷄人:궁중에서 날이 밝은 것을 알리는 사람)의 청아한 소리 끝나면
돌우물 아래 오동나무에선 까마귀가 울기 시작하네'.

 

 

    근심을 푸는 노래


가을바람 대지에 부니 모든 풀들 마르고
아름다운 꽃 푸른 잎에는 저녁 한기 피어난다

내 나이 스물에도 뜻을 얻지 못하여
근심으로 시든 마음 메마른 난초와 같다

옷은 낡아 헤지고 말은 개처럼 여위었다
갈림길에서 칼 내려치니 금속 소리 울려난다

술집 앞에서 말을 멈추고 가을 옷을 벗어주며
의양술 한병과 바꾸기를 청한다

술마시며 하늘을 큰소리로 불러보지만 구름은 열리지 않는다
만리까지 온통 대낮인데 이렇게 처량하고 혼미할 수 있나

술집 주인 내게 권한다
마음의 힘을 길러 세속의 일에 시달리지 말라고

 

 

           < 大 堤 曲 >


妾家住橫塘  첩가주횡당
저의 집은 횡당에 사는데요,
紅紗滿桂香  紅紗滿桂香    
붉은사(紗) 친 창에는 계수향이 어려있어요.
靑雲敎?頭上?  청운교?두상?
푸른구름은 머리틀어 올린듯 하고,
明月與作耳邊?  명월여작이변?
밝은달은 마치 귀거리인듯 하답니다.
蓮風起         연풍기
연꽃에 바람 일어
江畔春         강반춘
강변은 봄인데
大堤上          대제상
대제 이 긴 둑에
留北人         유북인
임이여, 가지 마세요.
郎食鯉魚尾      낭식리어미
그대는 잉어의 꼬리를 잡수세요.
妾食猩猩脣      첩식성성순
저는 성성이 입술을 먹겠습니다.
莫指襄陽道      막지양양도
행여나 양양으로 가는 길은 묻지 마세요,
綠浦歸帆少      녹포귀범소
푸른 물가 포구엔 돌아오는 배가 드물답니다.
今日菖蒲花      금일창포화
오늘은 창포꽃이 만발했지만,
明朝楓樹老      명조풍수로
내일이면 단풍으로 시든답니다.


* 대제(大堤); 양양근방에 있던 색향(色鄕).
* “병적인 감각을 지닌 이하(李賀)는 건전한 것에서 보다 娼女
같은 병든 靈魂에 더 많이 引力을 느꼈던가. 짙고 염염한 말들이
동원되어 분냄새나는 그녀들의 살결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특히 <그대는 잉어의 꼬리를 잡수세요. 저는 성성이의 입술을 먹
으리니.>는 참으로 기막힌 솜씨! 낭식리어미 郎食鯉魚尾. 가는 사람을 잡고 못 가도록 달래는 말로서 얼마나 은근한가. 하필 꼬리를 먹으라
고 한 것은 얼마나 妙한가.
다시 첩식성성순妾食猩猩脣이라 하니, 그녀는 왜 징그러운 성성이에 식욕食慾을 느끼는 것일까. 더욱 그 입술에... 얼마나 娼女다운 짙고 염
염하고 肉感的인 感情인가.
뱀이 女人으로 化해서 남자의 피를 빨아먹어 뼈와 가죽만 남게
하였다는 傳說이 있거니와, 禍 있을진저. 그녀에게 걸리는 남자
는 뼈도 못추릴 것같다.
나는 이 농염(濃艶)한 말을 사랑한다.
수채화(水彩畵)처럼 淡淡한 東洋의 詩들 가운데서, 이것을 발견
했을 때의 氣分이란 땅을 구르고 라도 싶었었다.“

 

 

□세계를 매혹시킨 불멸의 시인

 

이하는 중국 당나라 시인으로 7세 쓴 시를 보고 당대의 대가 한유와 황보식이 격찬할 정도로 천재성을 보였지만 27세에 요절한다.
한유의 추천으로 낮은 벼슬을 한 적이 있기는 했지만 그는 주로 떠돌며 이웃 동네 잔칫집이나 상갓집에 가서 시를 써주고 밥과 술을 얻어먹으며 지냈다. 낮술을 하고 말을 타고 돌아오면서 시구를 끼적거려 비단자루 속에 넣어두면 어머니가 이를 모아두어 훗날 <이하집>이 세상에 나오게 한다. 그의 시는 환상적이고 초현실적이다. 또한 염세적이고 탐미적이다. 현실참여의식이 돋보이는 시들도 없지 않았지만 대개 생로병사가 야기하는 생의 비애를 환상적인 분위기로 연출하면서 쓴 시가 대부분이다.
20대에 쓴 시에 늙음과 죽음이란 단어다 70여회 나오는 것을 봐도 그가 얼마나 한스런 생을 살다갔는지 알 수 있다. 이하가 남긴 214편의 시는 생애 내내 이어진 불운과 울분으로 쓰여진 것들이다. 이하는 조화와 균형을 중시하는 중국의 전통적인 시풍과는 달리 격렬한 감정을 거침없이 나타냈고 기괴한 환상의 세계를 감각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당나라라는 당대를 뛰어넘어 중국 시단에서 ‘귀재’라는 별칭을 얻었다. 그만큼 그는 조숙했던 초현실적이며 주지적인 현대시인이었다.
“한 맺힌 피는 천년을 두고 푸른 옥이 되리라” 했을 정도로 한도 많았고 표현도 감각적이었다. 청나라 강희제의 칙령으로 편찬된 <전당시>라는 900여권짜리 전집은 1706년 완성되었으니 두보가 태어난 해 712년을 기점으로 삼는 다면 100년 뒤에 만들어진 책자이다. 이 전집에는 당나라 때의 유명 시인 2,200명의 대표 시 4만 8900여수가 기록되어 있는데 당나라가 시의 시대였음을 알게 하는 방대한 전집이다. 그 많은 시인 가운데 왕유와 이백, 두보와 이하 4명을 골라 중국인들은 ‘당시사걸’로 부르고 있다.
왕유는 맑고 고요한데다가 선적(禪的 )인 취미와 그림에 대한 뜻이 넉넉하게 담겨 있어 시불(詩佛)이라고 한다. 이백은 청신하고 뛰어난 재주에 신선적인 기질이 있다 해서 시선(詩仙)이라고 하고, 두보는 깊고 진지한 심성으로 백성들과 함께 숨쉬며 그들과 함께 했으므로 ‘시성’(詩聖이라 일컫는다. 또 이하는 신비하면서도 그윽한 귀기가 서려 있다고 해서 시귀(詩鬼)라는 별호를 얻게 되었다.
위와 같이 이하는 당의 왕의 후손으로 7세 때 문장을 지어 한유를 경탄케 했으며 24세에 백발이 되고 몸이 여위었으며 눈썹이 짙은 결핵체질이었다. 그의 시는 초현실성, 환상성으로 인하여 중국시단의 이단아로 취급받기도 하였으며 27세에 요절한다. 어둡고 우울한 감정 표현은 귀신을 등장한 환상적인 시어들과 결합해 유미적이고 초현실적이며 그로테스크한 정서를 보이는 감각적인 시를 쓸 수 있었다.
 


□  -‘금낭가구錦囊佳句‘ 당나라 중기의 천부적인 시인인 이하는 몸이 허약하여 서동이 이끄는 말을 타고 야와로 나가곤 했는데 시상이 떠오를 때마다 한 귀절씩 읊으면 서동이 받아써서 금낭에 넣어 두었다가 집에 돌아온 후 다시 정리하여 작품을 완성시켰다.

 

□ 무릇 작가는 거짓말도 아주 잘해야 합니다...
   예를 하나 들어드리지요....
   당나라 시인 '이하'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병을 앓다가 젊은 날 죽게 되었는데...
   그런 아들 앞에 어머니는 말할 수 없는 상심을 하고 있었답니다....
  이하는 머리맡을 지키고 있는 그의 어머니에게 마지막 말을 하고       갑니다...
   "어머니, 옥황상제가 백옥루를 지어놓고...
   저더러 하늘로 올라와 낙성식의 글을 지어달라고 합니다...."
   세상에 이런 새빨간 거짓말이 어딨습니까....
   그러나 이로 인해... 죽는 사람은 기쁘게 죽고...
   살아있는 사람은 마음 놓고 살게 되겠지요...
   아마 어머니는 동네 사람들에게 실성한 듯이 자랑하고 다녔을         것입니다...
   "우리 아들이 하도 시를 잘 지어...옥황상제가 불러갔디..."라고         말입니다..
   나는 거짓의 진정성을 이런 대목에서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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