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이색의 시

김영도 2018. 3. 25. 21:19

<<백설이 자자진 골에-이색-청구영언(靑丘永言)-우국가(憂國歌)->>

백설(白雪)이 자아진 골에 구루미 머흐레라
반가온 매화(梅花)는 어느 곳에 피엿는고
석양(夕陽)에 홀로 셔 이셔 갈 곳 몰라 하노라.

구름 : 간신의 무리들
매화 : 나라를 걱정하는 우국지사
석양 : 기울어 가는 왕조의 운명

☆전문풀이
흰 눈이 녹아 없어진 골짜기에 험한 구름이 머물고 있구나
이른 봄에 피는 반가운 매화는 어느 곳에 피었는가?
날은 저물어 가는데 나는 홀로 서서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겠구나.

☆배경
작자는 고려 말의 중신(重臣)으로서 쇠퇴해가는 고려의 국운을 바로잡으려는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조선왕조가 주는 벼슬도 끝까지 사양하며 지조를 굽히지 않은 선비였다. 당시 자꾸 기울어가던 고려 왕조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으로 지은 작품이다.

▶제재 : 고려의 쇠잔
▶주제 : 우국충정(憂國衷情)
▶성격 : 감상적, 상징적

여말에 신흥사대부는 두 진영으로 나뉘어졌다. 급진파는 새 왕조를 이룩하고자 했으며, 온건파는 충절을 다해 고려 왕조를 지키고자 했다. 이색은 신흥사대부의 사상을 지도하는 위치에 있으면서 온건파로서의 고민을 지니고 수난을 겪어야 했다. 이런 역사의 전환기를 맞아 번민하는 작자의 심정을 자연의 경치에 빗대어 노래한 것이다.

<<부벽루>>
어제 영명사를 지나다가
잠시 부벽루에 올랐네
텅 빈 성엔 조각달 떠 있고
천 년 구름 아래 바위는 늙었네.
기린마는 떠나간 뒤 돌아오지 않으니
천손은 지금 어느 곳에 노니는가?
돌계단에 기대어 길게 휘파람 부노라니
산은 오늘도 푸르고 강은 절로 흐르네.


☆작품 해설
이 시는 작가가 고구려의 유적지인 평양성을 지나다가, 찬연했던 고구려의 모습을 찾을 수 없게 퇴색해 버린 부벽루에서 인간 역사의 무상함과 자연의 영원함을 대비시켜 노래한 작품이다.
'텅 빈 성' 과 늙어 버린 '바위' 는 역사의 무상함을 나타내는 소재이며, 떠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 '기린마'와 어느 곳에 있는지 알 수 없는 '천손'은 역사의 단절과 소멸을 나타낸다. 또한 하늘에 걸린 한 조각의 달은 쓸쓸함을 더욱 깊게 만드는 정경이며, 천년을 두고 흐르는 구름은 지나간 세월의 길이를 나타낸다. 이렇게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역사의 무상함에 대한 탄식을 담고 있지만, 시인이 단순히 옛날일을 떠올리면서 슬픔에 젖어 있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는 '천손' 이 상징하는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다리는 우국충정 또한 나타내는 것이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 원나라의 오랜 침략을 겪고 난 고려 말기라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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