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진화(매호선생)의 시

김영도 2018. 3. 25. 19:46
(一)봉사입금奉使入金


서화이소삭, 북채상혼몽.
西華已蕭索。北寨尙昏蒙。

좌대문명단, 천동일욕홍.
坐待文明旦。天東日欲紅。

해설 : 사신으로 금나라에 들어가서
서쪽의 남송은 이미 쓰쓸히 사라져가고
북쪽 진영도 아직 어둡고 깜깜하네.
조용히 문명이 밝아오는 아침을 기다리니
하늘 동쪽에 붉은 해가 돋으려 하네.



(二) 매화梅花


동군시수염군방, 선점한매작담장.
東君試手染群芳。先點寒梅作淡粧。

옥협애함춘의천, 호군편허월화량.
玉頰愛含春意淺。縞裙偏許月華涼。

수지유대요인염. 일편미회축마향.
數枝猶對撩人艶。一片微廻逐馬香。

정사청계간소영, 지수도리미성당.
正似淸溪看疏影。只愁桃李末升堂。

해설 : 매화
봄의 신이 시험삼아 여러 꽃을 그리는데
맨처음 찬 매화에 소박한 장식을 해주었네.

사랑을 머금은 볼에는 봄빛이 엷게 물들었고,
달빛을 받은 흰 치마는 싸늘함을 간직했네.

곱게 핀 두어 가지 사람마음 감동시키고,
은은한 한 줄기 향기 말발자국 따라오네.

청계에 비친 성긴 그림자 보는 듯하니
도리화 이경지에 못 오를까 걱정될 뿐이네.


*작자소개 : 진화(陳澕)의 호는 매호(梅湖). 본관은 홍주(洪州)로써 고려 말기의 문신. 고려 신종(高麗 神宗) 3년(宋寧宗慶元6년. 1200년. 金承安5년. 西遼天禧23년)에 진사(進士)가 되고 곧 이어 대과에 급제(及第)한 뒤에 한림(翰林)에 들어갔음. 서장관(書狀官)으로 금(金)나라에 갔다가 와서 지제고(知制誥)에 올랐다. 정언(正言)을 지나 보궐(補闕), 우사간(右司諫)과 지공주사(知公州事)를 역임한 뒤에 벼슬살이 도중 죽었음. 공은 젊을 때부터 문순공 이규보(文順公李奎報)와 함께 시가[歌詩]로 세상에 이름이 드날렸는데 문순공의 저술은 세상에 많이 전하여 졌으나 공의 시가는 거의 사라지고 세상에 전하는 것이 드물다. 그러나 옥당에서 창수한 작품[玉堂唱酬之作]은 웅준청려(雄俊淸麗)한 멋이 풍기어 문순공이 따르지 못할 점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