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김문근의 시

김영도 2018. 4. 10. 17:36

김문근(金汶根, 1801-1863)은 헌종철종 때의 문신으로 철종의 장인이다. <철종실록>, <승정원일기>, <일성록> 등에 의하면, 그의 자는 노부(魯夫)이고 호는 사교재(四敎齋)이며 본관은 안동이다. 40(1841, 헌종7)에 음보로 가감역(假監役)이 된 후 현감을 지내고, 51(1851, 철종2)에 동부승지가 되고 그의 딸이 왕비로 책봉되자 임금의 장인으로서 영은부원군(永恩府院君)이 되었다. 이어 영돈령부사가 되고, 이듬해 금위대장, 총융사, 호위청 대장 등을 지내며 제2차 안동 김씨 세도의 일익을 담당했다. 철종을 계승할 유력한 인물이던 경평군(慶平君) ()와 도정 이하전(李夏銓)을 처벌하라고 하여 왕족을 모해했다. 몸이 비대(肥大)하여 포물(包物)부원군이라는 별명이 있었다. 시조 1수가 전한다.




남극수성(南極壽星) 돋아 있고 권주가(勸酒歌)로 축수(祝壽)로다.

오늘날 노인(老人)들은 서로 놀자 권하는구나.

이후란 화조월석(花朝月夕)에 매양 놀려 하노라.




  권주가로 축수를 받는 날에 마음껏 놀자고 노래한 작품이다. 아마 회갑 잔치쯤이 아니었나 짐작된다. 세도를 누린 대감이었으니 좋은 날을 맞아 거리낌 없이 놀아보자고 큰 소리를 쳤을 게 당연하다. 초장에는 인간의 수명을 관장한다는 남극노인성(南極老人星)이 돋아서 자신의 수명을 보장해 주고 회갑연을 축하하는 사람들은 권주가에 맞추어 축수를 보낸다고 했다. 왕의 장인으로 득의양양한 모습이다. 오늘같이 좋은 날 모여든 노인들은 실컷 놀아보자고 어깨를 들썩인다. 안동김씨 세도가 절정에 오른 철종 말년이니 그들의 전횡은 도를 넘었을 것이다. 거리낌 없이 놀자는 태도에서 썩은 권력의 말년 모습이 풍겨난다고 하겠다. 종장에서 한 술 더 떠서 이 다음부터 꽃피고 달 밝은 좋은 날이면 매양 놀겠다고 하였다. 서구 열강과 일본의 산업화에 따른 식민야욕이 서서히 밀려올 전조를 눈치 채지도 못한 채 오랜 권력 독점에 취하여 아무런 대책 없이 나라를 누란(累卵)의 위기로 몰아간 이들의 죄상이 이 작품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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