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김삼현의 시

김영도 2020. 7. 29. 21:32

김삼현(金三賢)은 숙종 때의 무신이며 시인이다. <한국시가사강(韓國詩歌史綱)>에 의하면, 그는 품계가 절충장군에 이르렀으나 장인인 주의식(朱義植)과 함께 벼슬에서 물러나 강호에 은거하며 시를 지어 소일했다. 시조 6수가 전한다.

 

 

내 정령(精靈) 술에 섞어 님의 속에 흘러 들어

구회간장(九回肝腸)을 다 찾아다닐망정

날 잊고 남 향한 마음을 다 쓸으려 하노라.

 

 

녹양춘삼월(綠楊春三月)을 잡아매어 둘 것이면

센 머리 뽑아내어 찬찬 동여 두련마는

올해도 그리 못하고 그저 놓아 보내거다.

 

 

늙기 설운 줄을 모르고나 늙었는가.

춘광(春光)이 덧없어 백발이 절로 난다.

그러나 소년 적 마음은 감한 일이 없어라.

 

 

공명(功名)을 즐겨마라 영욕(榮辱)이 반이로다.

부귀(富貴)를 탐(貪)치마라 위기(危機)를 밟나니라.

우리는 일신(一身)이 한가(閑暇)커니 두려운 일 없어라.

 

 

송단(松壇)에 선잠 깨어 취안(醉眼)을 들어 보니

석양(夕陽) 포구(浦口)에 나드나니 백구(白鷗)로다.

아마도 이 강산 임자는 나뿐인가 하노라.

 

 

크나큰 바위 위에 네 사람이 한가롭다.

자지가(紫芝歌) 한 곡조를 오늘이야 들을런가.

이 후는 나 하나 더하니 오호(五晧) 될까 하노라.

 

 

앞의 세 수는 인생에 대한 열정이나 미련을 읊었다면, 뒤의 세 수는 세속을 잊고 자연에 몰입하는 경지를 노래했다고 하겠다. 첫 수는 님을 잊지 못하는 마음을 읊었고, 둘째와 셋째 수는 늙음을 탄식한 것이다. 넷째 수에서는 부귀공명을 버리고 한가히 지내라 하였고, 다섯째 수는 자연에 동화된 생활을 읊은 것이며, 마지막 수는 신선의 경지를 지향하고 있다.

첫 수의 상상력은 상당히 기발하다. 자신의 넋을 술에 넣어서 님의 몸속을 돌아다니며 사랑을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를 잊고 남에게 옮아가는 마음을 쓸어 없애겠다고 했으니, 님의 사랑을 독점하고 싶은 강한 열망을 표현한 것이라고 하겠다. 둘째 수에서 푸른 버들이 우거진 봄날을 잡아매어 놓고, 거기에 자신의 센 머리카락도 함께 묶어두고 싶다고 하여, 시간을 정지시켜서 늙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라 젊음을 놓아 보내고 말았다고 했다. 셋째 수에서는 늙기가 서러운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지만, 젊음은 덧없이 흘러가고 백발이 되었다고 한숨지었다. 그러나 몸은 늙어도 마음은 늙지 않는다고 어릴 때 마음은 옛날 그대로라고 하여 늙음을 서러워하는 마음이 더욱 사무친다고 하였다.

넷째 수는 교훈적 어조를 띠고 있다. 공을 세워 이름을 날리는 것은 좋은 것이지만 그로 인해 남의 시기를 받을 수 있으니 영욕이 반반이고, 부귀가 좋은 것이긴 하지만 그 때문에 뜻하지 않은 위험에 빠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은 부귀공명을 버리고 한가히 지내므로 그런 시기나 위험에서 오는 불행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벼슬을 버리고 물러나 노후의 편안함을 도모했던 명철보신의 철학이지만, 기회와 위험을 함께 버린 은퇴자의 처신이다. 다섯째 수는 강호에서 자연과 동화된 모습이다. 소나무 언덕에서 낮잠을 깨어 취한 눈으로 석양의 포구를 보니 날아드는 갈매기가 눈에 들어온다는 시각적 풍경묘사다. 자연에 취한 경지다. 그래서 자신이야말로 강산의 임자라고 한 것이다. 마지막 수는 신선의 경지를 엿보는 것인데, 초장에서 바위 위의 네 신선을 제시했다. 뒤에 오호(五晧)라고 한 것으로 보아 상산사호(商山四晧)를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다. 상산사호는 한고조의 황후인 여후가 자신의 소생인 혜제(惠帝)에게 제위를 물리기 위하여 장량(張良)의 자문에 따라 상산에 은거했던 네 늙은이를 불러내어 한고조를 뵙게 했다는 그 사람들이다. 그들도 사람이었겠지만 오래도록 자연에 묻혀서 신선이 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그들이 바위 위에 있으니 신선들의 노래인 자지가(紫芝歌)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다음에는 자신도 이들 사이에 끼여서 오호(五晧)가 될 것이라 했으니 그도 속세를 떠나 신선되기를 소망했다. 자연에 동화된 최상의 경지가 신선이라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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