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원(李陽元, 1533-1592)은 명종,선조 때의 문신이다. <명종,선조실록>과 <연려실기술>에 의하면, 자는 백춘(伯春)이고 호는 노저(鷺渚)이며 본관은 전주로 이황의 문인이다. 23살에 진사가 되고, 이듬해 문과에 급제하여 검열, 저작 등을 거쳐 31살에 호조참의가 되었다. 종계변무사(宗系辨誣使) 서장관으로 명나라에 가서 명나라 <태조실록>에 이성계가 이인임의 아들로 적힌 것을 바로잡고 돌아왔다. 평안,충청,경기관찰사, 형조판서. 대제학, 대사헌 등을 역임하고, 58살에 종계변무의 공으로 광국공신(光國功臣)에 들고 한산부원군(漢山府院君)에 봉해졌다. 이듬해 우의정이 되었고, 다음해 임진왜란이 일어나서 유도대장(留都大將)으로 한강을 지키다가 철수하여 해유치(蟹踰峙)에서 적군을 맞아 크게 승리하고 영의정에 올랐다. 왕이 요동으로 건너갔다는 잘못된 소문을 듣고 통분히 여겨 단식하다 죽었다.
높으나 높은 남게 날 권하여 올려두고
이보오 벗님네야 흔들지나 말으되야
나려져 죽기는 섧지 아니되 님 못 볼까 하노라.
이 시는 그가 정승에 오른 후에 지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높으나 높다’고 한 것은 아주 높은 지위를 말하기 때문이다. 또 임란이 일어났을 때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을 것이므로, 아마 59살에 우의정이 되었을 때에 지었을 것이다. 사람을 나무위에 올라가게 해놓고 흔들어서 떨어뜨려 죽이는 일과 정승이라는 높은 벼슬에 오르게 해놓고 아래에서 비난하고 괴롭혀서 어렵게 하는 일을 유추하는 수법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그런데 암시된 뜻을 전혀 내보이지 않았으므로 흥(興)이라고 하겠다. 이것을 말하여 저것을 유추하게 하는 방법이다. 초장은 높고 높은 나무에 자기를 권하여 올려놨다고 하여 높은 직위에 자신을 추천하여 오르게 했다고 했다. 어투로 보아 자신이 바라서 오른 게 아니라 강권에 의해서 마지못해 오르게 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중장은 자신을 올라가게 한 벗들을 보고 밑에서 흔들지 말라고 하였다. 높은 직위에 올려놓고 비난하고 깎아내리지 말라고 당부하는 것이다. 이왕 올라가게 했으면 도와주고 격려하여 직무를 잘 수행하게 해 달라는 협조 요청이다. 아마 당쟁이 표면화되던 시절이라 이를 경계하여 한 말이기도 하리라. 종장에서 떨어져 죽는 건 섧지 않지만 님을 못 보고 죽을까 두렵다고 하였다. 님은 사랑하는 대상이니 임금을 말할 것이다. 당쟁으로 말미암은 분란의 소용돌이에서 희생될 경우 자신의 죽음은 원통하지 않지만 신하가 임금에게 하직도 못하고 죽는 세상이 된다면 그러한 세상이 걱정이 된다는 뜻을 포함한다. 자신의 신변 안위를 걱정하는 듯하면서 나라의 운명을 걱정하는 마음을 담아서 그가 종친으로서 혼신을 다해 섬겼던 왕권에 대한 염려가 배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