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위백규의 시

김영도 2018. 5. 30. 13:02

위백규(魏伯珪, 1727-1798)는 영조정조 때의 실학자다. <존재집(存齋集)>에 의하면, 그의 자는 자화(子華)이고 호는 존재(存齋)이며 본관은 전라도 장흥(長興)이다. 어려서 제가서(諸家書)를 탐독하고 면학과 교화에 힘써 24(1750, 영조26)에 학행으로 천거되기도 했다. 다음해 스승 윤봉구(尹鳳九)를 만나 15년간 학문적 논의를 통하여 가르침을 받았다. 과거에 여러 번 응시했으나 급제하지 못했고, 68(1794, 정조18)에 서영보(徐榮輔)의 천거로 저술과 덕행이 정조에게 알려져 선공감 부봉사, 기장현감, 태인현감, 옥과현감, 장원서별제, 경기전령(慶基殿令) 등에 임명되었으나 취임하지 않았다. 그의 학통은 노론계이지만, 시골생활에서 형성된 현실비판 의식으로 경세적 실학의 색채가 짙다. 그는 저서에서 향촌사회 개선론을 주장했는데, 지방교육을 개선하고 관제를 축소하며 자율적 공평부세와 지방관리를 선도하고 향촌 방위체제를 견실하게 하자는 것 등이다. 그리고 그는 향촌의 자율성과 공의(公議)를 창달하여 사회를 견제비판하고 민중을 옹호하고자 하였다. 여러 분야의 학문에 밝았으나 평생 동안 장흥에 은거했다. 시조 9수가 전한다.




서산에 돋을 볕 서고 구움은 늦에로 내다.

비 뒤 묵은 풀이 뉘 밭이 짙다던고.

두어라 차례 지운 일이니 매는 대로 매리라.




도롱이에 호미 걸고 뿔 곱은 검은 소 몰고

고동 풀 뜯먹이며 깃물가 내려갈 제

어디서 품진 벗님 함께 가자 하는고.




둘러내자 둘러내자 긴 차골 둘러내자.

바라기 역고를 골골마다 둘러내자.

쉬 짙은 긴 사래는 마주 잡아 둘러내자.




땀은 듣는 대로 듣고 볕은 쬘 대로 쬔다.

청풍에 옷깃 열고 긴 파람 흘리 불 제

어디서 길 가는 손님네 아는 듯이 머무는고.




행기에 보리마요 사발의 콩잎채라.

내 밥 많을세요 네 반찬 적을세라.

먹은 뒤 한숨 잠경이야 네오 내오 다할소냐.




 ‘농가(農歌)’ 9수 중 앞부분으로 농민의 노동의 실상을 읊고 있다. 첫 수는 장마 뒤에 짙어지는 잡초를 이 밭 저 밭 차례로 매어가려는 계획을 말한 것이고, 둘째 수는 농사일을 마치고 소를 먹이는 광경이다. 셋째 수는 이랑에 짙게 번진 잡초를 여럿이 협동해서 걷어내자는 말이고, 넷째 수에는 여름 땡볕에 땀 흘리며 논밭을 매다가 맑은 바람을 쐬며 휘파람을 불 때 모르는 길손도 아는 듯이 옆에 머문다고 하였다. 마지막 수는 험한 밥에 간소한 반찬이지만 서로 많이 먹기를 권하며 점심 먹은 후에 낮잠 한숨으로 휴식을 취하는 광경이다. 대체로 봄여름 농번기의 농민의 수고로움을 표현하되 사투리를 사용하여 향토색을 살렸다

 



돌아가자 돌아가자 해 지거든 돌아가자.

계변(溪邊)에 손발 씻고 호미 메고 돌아올 제

어디서 우배초적(牛背草笛)이 함께 가자 배아는고.




면화는 세 다래 네 다래요 이른 벼는 패는 모가 곱는가.

오뉴월이 언제 가고 칠월이 반이로다.

아마도 하느님 너희 삼길 제 날 위하여 삼기셨다

 



아이는 낚기질 가고 집사람은 저리채 친다.

새 밥 익을 때에 새 술을 걸러스라.

아마도 밥 드리고 잔 잡을 때에 호흠겨워 하노라.




취하느니 늙은이요 웃는 이 아이로다.

흩은 순배 흐린 술을 고개 숙여 권할 때에

뉘라서 흐르장고 긴 노래로 차례 춤을 미루는고.




 ‘농가(農歌)’ 9수 중 후반부다. 여기서는 노동의 수고로움보다는 농사짓는 보람과 가을걷이 후의 여유롭고 흥겨운 분위기를 읊었다. 첫 수에는 해가 지면 농사일을 마치고 돌아오는데, 시냇가에서 손발을 씻고 돌아올 때 들리는, 소등 탄 아이가 부는 한가한 풀피리 소리가 함께 가자고 보채는 소리 같다고 했다. 둘째 수에서 면화를 많이 따고 올벼는 이삭이 올라오는데 어느덧 오뉴월이 지나고 칠월이 되었다. 면화를 내어 피륙을 짜 옷을 만들고, 벼는 익어 곡식으로 밥을 먹으니 하느님은 우리를 위해 이것들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자신의 수고를 잊고 하느님에게 감사하는 농민의 순후한 마음과 농사의 보람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셋째 수는 가을이 되어 농가가 한가해 지면 아이는 낚시 가고 어른은 집안의 잔일을 한다. 추수를 했으니 밥이 익을 동안에 술을 거르라면서 밥상에 반주를 받고 기분 좋아하는 모습이다. 마지막 수에는 가을의 여유로움 속에 늙은이는 취하고 아이는 웃는다. 농부는 서로 술을 권하며 장구소리에 맞추어 노래 부르고 춤추는 흥겨운 놀이판을 벌이는 것이다. 이렇게 농가’ 9수는 농민의 노동과 수확 후의 즐거움을 통해 농촌의 실상을 시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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