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문수빈의 시
김영도
2018. 12. 12. 23:29
문수빈(文守彬)은 영조 때의 가객이다. 자는 사장(士章)이고, 김천택과 김수장 등과 함께 경정산 가단의 일원이었다. 시조 1수가 전한다.
청령포(淸泠浦) 달 밝은 밤에 어여쁜 우리 임금
고신척영(孤身隻影)이 어디로 가신거고
벽산중(碧山中) 자규(子規) 애원성(哀怨聲)이 나를 절로 울린다.
이 시는 300년 전에 일어났던 단종 임금의 비극을 회고하며 슬픔의 감회를 읊은 것이다. 초장에서 영월 청령포의 달 밝은 밤에 불쌍하게 유폐된 단종 임금을 떠올렸다. 아마 그가 영월 청령포에 여행이라도 갔던 모양이다. 중장에서 단종 임금의 외로운 그림자가 지금은 자취도 없어져 허망하게 사라져 버렸음을 말했다. 그러나 종장에서 단종의 자취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푸른 산 속 두견새의 애달픈 울음으로 되살아나고 있고, 그 새의 울음은 단종의 자취가 사라진 것을 안타까워하는 나를 울린다고 하였다. 구체적인 장소에서 먼 과거의 사실을 떠올리고, 그 사실에 연관된 비감의 정서, 곧 촉물흥감(觸物興感)으로 나아간 다음에, 다시 그 정서를 객관적인 사물, 곧 두견새의 울음에다 투사하여 표현하는 솜씨가 매우 능란하다고 하겠다. 그리고 초중장의 시각 이미지를 종장의 청각 이미지로 바꾸어 놓은 수법과, 슬픔의 정서를 먼 대상에서 차츰 자신에게로 고조시키며 옮겨가는 방법도 능숙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