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김치우의 시
김영도
2018. 6. 7. 22:11
김치우(金致羽)는 영조 때 사람으로, 앞에 나온 가인(歌人) 김묵수(金黙壽)의 동생이다. 시조 1수가 전한다.
강변(江邊)에 그물 멘 사람 기러기는 잡지 마라.
새북(塞北) 강남(江南)에 소식인들 뉘 전하리.
아무리 강촌(江村) 어부(漁父)인들 이별조차 없으랴.
이 작품은 짜임새가 있고 함축된 뜻이 재미있다. 초장은 대전제로 어부에게 기러기를 잡지 말라고 당부하였다. 어부라고 하지 않고 그물 멘 사람이라고 한 것은 뒤에 어부란 말이 나오기 때문이다. 초장과 중장 사이에 ‘기러기를 잡으면’이라는 구가 생략되었다고 생각하면 의미파악이 쉽다. 중장은 기러기를 잡으면 북쪽 변방에서 강남으로 전하는 소식은 누가 전할 것이냐고 설의하였다. 한나라 소무(蘇武)가 흉노에 잡혔다가 기러기에 편지를 매달아 보냈는데, 한무제가 상림원에서 그 기러기를 잡아 소무를 돌아오게 한 일도 있으므로 이런 소식을 누가 전하겠느냐는 것이다. 종장은 기러기를 잡아서는 안 되는 또 다른 이유다. 생활에 매인 강촌의 어부라고 하더라도 이별의 정은 알 것이라고 했다. 기러기는 암수가 한번 짝지으면 평생토록 변치 않는다고 사람들은 믿었다. 그런 기러기의 한쪽을 잡으면 나머지 짝 잃은 기러기의 이별이 얼마나 아프겠느냐는 것이다. 어부도 이별의 아픔을 알 것이니 기러기를 잡지 말라고 했다. 앞에 전제를 내걸고 뒤에다 그 까닭을 두 가지로 늘어놓아 살생을 말리고, 이별의 아픔을 강조하는 방법이 아주 짜임새 있게 전개되었다.